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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7 오후 4:34:30 입력 뉴스 > 독자기고

[내고향 인제] 풍대리의 十字架 安台熙



 

   풍대리의 十字架                             

                                                                        安台熙

 방대한 덕장으로 들어섰다.

 장렬한 죽음, 할복한 생태들의 진한 바다 비린내가 코끝을 싸리하게 찌른다. 아우성치는 뱃사람들의 환호가 하늘을 치솟고, 한편에서는 울부짖는 은빛 아우성이, 그물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던 생태들의 진혼곡이 메아리 쳐 온다.


 12월 하순, 소한 대한 사이 눈이 많이 오는 내설악 골짜기, 북천강 3Km 일대 4~5만평, 1.800여만 마리로 전국 생산량의 75%가 이 곳에서 생산된다. 태백준령에서 우악스럽게 몰아치는 눈바람이 매서워 풍대리 또는 바람도리라고 하는, 자연적 기후 조건이 특수한 지역이다. 온 골짜기가 황태로 인해 회색빛 바다로 출렁인다.

 냉수 어종이라 우리나라 북쪽 아니면 대부분 멀리 북 태평양 러시아 해협 캄차카 반도 연안이 그들의 대대손손 누리며 살아가는 고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천에 사는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 잡은 고기라하여 명태라고도 하고, 북쪽에서 나는 고기라 북어라고 전해지고 있다. 고향을 떠나 온 울먹임도 있으련만 모두를 포기한 체 말이 없다. 고독한 고행의 기도중인 듯싶다. 차디찬 풍대리 눈밭 위에 통나무 십자가에 매달린 동태들의 모습이 숙연하다. 내장(창난 젖)에서부터 아가미(서거리=아가미 덮게)를 비롯하여 알(명란 젖)에 이르기 까지 인간에게 송두리째 내어준 빈 가슴이 안쓰럽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랫입술을 담보로 하고 매달려 있는 모습은 생존 경쟁에서 패한 모습이다. 바다 비린내가 아니다. 고향을 잊어버리려고 품어내는 아픈 숨소리다.

 다행히 혼자는 황태가 될 수없다고, 짝을 지어 서로 균형을 유지한 체 팽팽하게 십자가에 제자리를 잡았다. 춥고 배고픔을 달래가며 가까운 이웃끼리 몸을 대고 매달려 바람을 참고 견디기 위해 애쓴다. 낮에는 맑은 햇살. 밤에는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냉혹한 추위에 얼었다 녹았다를 수없이 반복하다 봄바람을 마셔야 제구실을 한다. 자기 내적 고뇌 없이는 밝은 황색의 윤기와 부드러운 육질이 될 수 없다. 인내의 결실로 식탁을 향한 일념의 기도소리가 덕장을 메운다.


 명태는 바다 생물 중 으뜸 어종이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긴다지만 명태는 죽어 황태로 남는다. 명태가 황태로 변신하는 것이 마치 무쇠가 담금질로 단련을 겪은 뒤에야 강철이 되는 이치와 다를 바가 있겠는가. 바닷바람에 말려진 명태(북어)는 딱딱하여 방망이로 두들겨 맞아야 제 몸을 풀어 헤치지만, 황태는 3~4개월 간 고통 속에서 색, 질, 맛을 고요하게 이루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해독 성분이 뛰어나 약재 대접을 받는다. 단백질을 비롯하여 칼슘, 철분, 인, 당질 성분에다 저칼로리로 다이어트, 피로회복, 혈압조절의 식품으로 미식가들의 각광 받는 기호식품이다. 또한 황태해장국을 비롯하여 찜, 구이, 조림, 전골, *황삼불고기, *구시다, 채 무침, 포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몸의 노폐물까지 제거하여 술 마신 후 속 풀이로 구수한 황태 맛은 속을 확 풀어준다.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역경을 이겨낸 인간에게 남겨준 값진 입맛의 선물이다.


 황태가 되기 위해 십자가에 매달린 것이 다시 사는 길이라면, 인간을 위해 모두를 내어준 순교적인 삶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시련이 있다면, 황태에게도 그렇게 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迂餘曲折 있다.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하얗게 늙어버린 ‘백태’가 있는 가하면, 제대로 마르지 못해 검게 된 ‘먹태’ 몸을 아무렇게나 굴려 여기저기 몸에 흠집을 낸파태’ 머리는 어디로 잃어버리고 몸만 있는 ‘무두태’ 모진 진통에 이겨내지 못하고 눈밭으로 투신한 ‘낙태’가 있고, 속 알맹이 떼어 낼 때 웅크리고 있다가 ‘통태’가 된 것도 있다.


  인생은 작은 십자가의 삶이다. 내 십자가와 황태의 삶을 비유하면 나의 인생의 담금질도 예외일 수는 없다. 가난에 찌들어 허둥지둥 살아온 내 인생 뒤안길에는 황태만큼이나 추위를 견디어낸 시련이 있다. 아침 일찍 대문을 나서면 휘 몰아치던 눈바람 속에 손을 호호 불며 걸어서 학교 가던 30십리 길. 전란 속에 제트기의 폭격을 피해가며 임진강을 건너던 숨 막혔던 시간. 진학을 해야 하는데 학자금이 없어 자신을 포기하려던 아찔한 순간. 삶의 권태와 산후 우울증으로 살아나기 힘들어했던 아픈 세월이 내게도 있다. 1인 4역의 어려운 역경에서 4남매를 위해 내장까지 다 빼어놓았던 황태 같은 삶. 이제 내 내장도 곰삭은 젓갈이 되어가고 있을까. 황태처럼 구수한 인간적인 맛과 향기를 남기려고 또한 넉넉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남은 여정을 힘들게 오르고 있다.


 황태는 멋진 이름을 남기기 위해. 살아 명태, 죽어 생태, 코다리, 동태를 거쳐 변신한 것이다.

 그물에 걸려 번쩍이던 명태들의 몸빛만큼이나 저녁나절 햇살이 눈부시다.


 * 황삼불고기~황태와 +삼겹살

 * 구시다~황태를 원료로 만든 조미료

 

 安台熙   원통초교장 정년퇴임                



심광섭(greeninj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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