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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형상의 곰배령..., 이른 봄 눈 속에서 피어나는 얼레지부터 눈을 뚫고 나온다는 눈개승마, 곰이 좋아한다고 해서 붙여진 곰취나 참취, 취나물, 곤드레나물 등 곰배령은 산나물의 창고이자 야생화의 보고(寶庫)이다.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立秋)가 열흘이나 지난 8월 18일, 인제미디어협업센터 유튜브 교육생들과 함께 영상촬영 교육의 일환으로 곰배령을 찾았다.
강의를 맡은 김범준 피디는 “누구나 한번 쯤 오고 싶어하는 곰배령이다. 오늘 촬영은 1분 이하의 쇼츠 영상과 유튜브 영상을 염두에 두고 첫 번째는, 곰배령을 오르는 길을 중심으로, 두 번째는 계곡의 폭포와 새소리, 매리소리 등 소리를 중심으로, 세 번째는 8월에 피는 야생화를 중심으로 촬영하고 편집해서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 교육”이라며 강의를 진행했다.
멋진 산행을 기념하는 사진 촬영과 함께 산림생태관리센터 홍보관을 둘러보며, 곰배령에는 어떤 야생화가 피고 지는지, 8월에는 어떤 야생화가 피어나는지 살펴봤다.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서자 수십 미터 높이의 활엽수들이 등산로를 뒤덮어 그늘을 형성하고, 좌측으로는 천연기념물 열목어가 서식하는 강선 계곡이 폭포와 암반을 이루며 흘러내리고 우측으로는 곰이 좋아한다는 조릿대와 속새, 물봉선, 참나물, 짚신나물, 단풍취, 멸가치 등 십 여종의 야생화가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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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석으로 만든 그릇을 닦는데 쓰였다고 해서 '주석초'라고도 불리우는 '속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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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타리와 곰취꽃 등이 화원을 이루고 있다. |
대략 2.2km 남짓의 강선마을을 벗어나면 계곡을 건너는 첫 번째 다리와 충간 초소가 나타나고 이곳에서 다시 한번 입산 허가증을 확인한 후, 정돈된 등산로를 따라 산행에 들어선다.
초소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는 잎을 활짝 편 모양이 마치 과녁에 꽂힌 화살같이 보여서 이름 붙여진 ‘관중’ 군락지가 나타난다.
산행에 동행한 장근정 식물학박사는 “우리가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 등을 보다 보면 ‘관중’ 같은 고사리과 식물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곰배령의 원시 산림생태를 잘 표현해 주는 것이다. 특히 점봉산 곰배령 일원은 한반도 자생종의 약 20%에 해당하는 약 850종의 식물이 자생할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숲이 서서히 변화해 가는 천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을 이루고 있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곰배령 중턱을 지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신갈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복장나무, 서어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낙엽활엽수와 전나무, 주목과 같은 상록침엽수종이 어우러진 원시림이 잘 나타난다.
특히 마지막 정상을 향하는 길에는 어느 산행에서나 볼 수 있는 깔딱 고개가 나타나고 곧 원시림으로 가렸던 하늘 문이 열리며,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 등장한다.
곰배령(1164m)은 점봉산(1,426m)이 남서쪽으로 흘러내린 작은점봉산(1295m) 밑에 들어선 평편하고 드넓은 초원으로, 그 모습이 하늘을 보고 누운 ‘곰의 배’, 또는 고무래(흙을 고르게 펴는 농기구)의 강원도 사투리인 ‘곰배’와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곰배령 정상은 강원도산의 가파른 지형과 달리 약 165,290m²(5만평)의 평원이 형성되어 있으며 계절별로 수십 종의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피고 지며, 마치 고산 화원을 방불케 한다.
이날 곰배령에는 동자꽃을 비롯해 고려엉겅퀴, 둥근이질풀, 흰진범, 산궝의다리, 산짚신나물, 기린초, 닭의장풀, 물봉선, 마타리, 참나물, 오리방풀, 촛대승마, 산꼬리풀, 참취, 두메담배풀, 흰송이풀 등이 여름의 끝자락을 뽐냈다.
한편 점봉산 곰배령에는 이른 3월, 새하얀 눈을 뚫고 피어나는 복수초부터 얼레지꽃, 모데미풀, 나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노루귀, 한계령풀을 시작으로 4월에는 동의나물과 노랑제비꽃, 갈퀴현호색, 홀아비바람꽃, 나도바람꽃, 나도개감개, 5월에는 광대수염, 감자난초, 회리바람꽃, 구슬봉이, 연령초, 요강나물, 은방울꽃, 피나물 등, 6월에는 물레나물, 초롱꽃, 구실바위취, 박새, 전초, 범꼬리, 노루오줌, 터리풀, 붓꽃, 참여로, 곰취, 미나리아재비, 톱풀 등이 피어나고 7월에는 동자꽃, 고려엉겅퀴, 흰진범, 개미취, 산궝의다리, 산짚신나물, 기린초, 노루발, 닭의장풀, 물봉선, 8월에는 마타리, 참나물, 오리방풀, 촛대승마, 산꼬리풀, 만삼, 참취, 두메담배풀, 흰송이풀, 톱풀, 9월에는 참당귀, 구절초, 금강초롱, 투구꽃, 용담, 각시취, 쑥부쟁이 등이 계절을 넘나들며 천상의 화원을 수놓는다.
곰배령 탐방은 1987년부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 산림청 점봉산산림생태관리센터의 관리하에 산림휴양 통합플랫폼 숲나들e(jbs.foresttrip.go.kr)를 통해 간편회원 가입 후 1일 선착순 450명에 한해 지정된 탐방로로 입산 및 탐방이 허용된다.
[인제인터넷신문]심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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